[신아연의 동행 23] 장자와 인터넷

신아연 칼럼니스트
shinayoun@daum.net | 2019-05-27 16:08:37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플랫폼 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인문예술문화치유공간 블루더스트 공동 대표 

 http://cafe.naver.com/bluedust

 

오늘 아침 글을 전송 하려는데 인터넷이 불통이었다. 이런저런 복구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금에야 문제가 해결되었다. 문득 『장자』 「천지」 편에 나오는 우화가 생각났다. 혹시 전에도 인용했을지 모르겠다.


어느 노인이 밭에 물을 대려고 끙끙대고 있는데 한 젊은이가 다가와 “여기 두레박이라는 기계가 있는데 한번 써 보시지요.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물 긷는 기계인데 이것으로 우물의 물을 끌어 올리면 그 빠르기가 마치 물이 끓어 넘치는 것 같습니다.”라고 권했다.

 
“예끼, 이 사람. 내가 소싯적에 스승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소. 기계가 있으면 그것을 쓰는 일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반드시 기계에 사로잡히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법이라고. 기계에 사로잡히면 순진하고 결백한 본래의 마음이 없어지게 되어 뭔가를 꾀하게 되고 그런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인해 정서가 불안해진다고 했소. 그러면서 스승은 정신과 본성이 들뜨고 정서가 안정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도가 깃들지 않는 법이라 하셨소. 내가 두레박을 모르는 게 아니라 도를 거스르는 게 부끄러워서 쓰지 않을 뿐이오.”


그 말을 들은 젊은이는 자신의 경솔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얘긴데, 기계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을 2,500년 전에 기껏 두레박을 두고 기계 운운한 것에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현대 사회에 적용해 보자면 자동차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장자는 인간이 기계에 매이는 것은 무익함을 넘어 유해하기조차 하다고 말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장자의 두레박」 신아연 외 4인 『다섯 손가락』 

 
오늘날의 세태를 족집게처럼 예견한 장자의 혜안에 탄복하면서도 오늘만큼은 공감이 덜 된다. 두레박은 안 쓴다해도 인터넷이 없고서야 장자님 말씀조차 전할 수가 없으니. 나는 ‘인터넷 글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주 이민 생활 21년 동안 한국 언론에 내 글이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었던 것도, 한국으로 돌아온 후 고립무원의 지경에서 글로나마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전적으로 인터넷 덕이기에.

 
장자 식 표현대로 하자면 '기계'는 사용하기 나름이다. 기계에 사로잡힘으로 인해 인간의 정신과 본성을 망치고 심지어 도를 거스르게 되는가 하면, 그와 같은 엄중한 경고를 기계에 의지하여 전할 수도 있으니, 나는 과연 문명의 혜택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다시금 돌아본 하루였다.

 

유영상 작가의 영상풍경 

 

[ⓒ 플랫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신아연 칼럼니스트
  • 신아연 / 온라인팀 칼럼니스트
    이메일 다른기사보기
  • 필자 신아연 작가는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21년간을 호주에서 지내다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에 '에세이 동의보감'과 '영혼의 혼밥'을 연재하며 소설가, 칼럼니스트,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 심리치유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인문 에세이 『내 안에 개있다』를 비롯,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공저 『다섯 손가락』 『마르지 않는 붓』 『자식으로 산다는 것』 등이 있다.